나, 진짜 농부 맞나봐?
모처럼 독서 삼매경에 빠지려하는데 남편이 어제 다 못 캔 고구마를 캐잔다.
날이 화창하니빨리 캐서 말려야한다나?
어휴!
도움이 안돼. 그래도 요거이 마저 읽어야 하는데. 치이~~~
얼마 안남았다고 핑계대고는 남편 먼저하라고 보냈다.
옆에 앉아서 종알거리며 날 귀찮게 방해하던 대한이도 아빠를 따라 나섰다.
후후후... 요거이 일석이조?
고구마를 캔다고 나간 남편이 고구마는 아니캐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죄다 불러서 커피를 대접하는건가?
연신 커피를 타달라고 한다.
발바닥이 불이나게 왔다갔다 했더니만 에효...
그냥 나가? 말어?
꼬심이가 들어 왔지만 강력히 NO 하고 다시 책속으로.
얼마를 읽은 것일까?
한권의 책을 다 읽고 어느덧 감상에 젖어 훌쩍이다가
'아차! 고구마!'
썬캡도 쓰고, 팔토시도하고, 긴바지에 양말 그리고 장화도 신고 손엔 장갑도 끼고.
터억!하니 고구마 밭에 안자서 호미를 찾았더니 남편왈 너무 힘들어서 새참을 먹어야하겠단다.
뭐야?
난 이제 시작하려하는데 다시 들어가라고?
겨우 요것 하고서? 별로 하지도 않았잖아?
다시 남편 말인즉, 대한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만해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나?
허긴 그건 맞는 말이지.
할 수 없군.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야지.
얼마 후......
다시 밭으로 나와서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다.
고구마가 다치지 않게 캐려니 참으로 조심스럽다.
헌데 대한이 씩씩하게도 퍽퍽 캔다.
어?
저럼 안되는데?
보관할 수 없잖아?
에이! 저것부터 먹지 뭐.
그래 해라. 맘껏.
헌데 잘라지거든 더 진도 나가지말고 거기서 멈춰!
나머지 캐야지~~이~~잉!
이렇게 캐다보니 어느새 고구마 밭은 벌겋게 물들어 버렸다.
마르라고 뒤집어 놓고 흙도 털고 하는데 집앞에 왠차?
누군가하고 보니 큰아이 선생님이시네?
합주부 연습때문에 선생님께서 애들을 집까지 데려다주시는구나?
승연이를 내려주시기에 선생님을 잠시 불렀다.
급한김에 옆에 있는 대야에다가 고구마를 큼직한 것으로 골라 담고는 선생님께 드렸다.
옛날 시골서 선생님께서 찾아오면 집에서 기른 닭에서 낳은 계란이며, 야채며 하는 것을 싸서는 드렸다더니만 내가 오늘 그것을 해본 것이다.
정말 기쁘기 그지없다.
내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께 내가 한해 열심히 정성껏 기른 고구마를 드렸으니....
허~어 !!! 나, 진짜 농부 맞나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