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검뎅이가 된 날
남편의 은행독이 가시질 않는다.
벌서 2 주가 되어가는데 나을 기미는 커녕 더 번지는 것 같다.
남편을 보던 옆집 할머니 말씀이 쑥물에 몸을 푹 담궈 보란다.
주변에 널린 것이 쑥이라 쑤--욱 쑤---욱 하고 쑥을 베어서 푸---욱 달이고 그 물에 몸을 담그니 붉었던 피부가 제살 마냥 뽀얗게 되었다.
그러자 남편 오후엔 살만한가보다.
고구마를 구워 먹자고 불을 놓겠단다.
옆에서 못 깐 잣을 마저 까고 있는데 빨리 까란다.
잣이 불쏘시개로 좋다고... 아주 잘 탄다나?
그러면서 안 깐 잣을 다 가져온다.
아주 날 잡아 잡숴 할 판인가보다.
이 걸 보고 계시던 옆집 할머니가 저쪽에 가면 나무 있으니 그걸 때라고 하신다.(역시 할머니 내편이여)
우리 남편 얼씨구나 좋다고 가더니만 한무더기 가져온다. 눈치도 없긴....ㅉㅉ
불을 열심히 지펴 숯을 만든다고 난리를 하니 아이들도 합세하여 덩달아 난리다.
언제 군고구마가 되려나 잣을 까며 군침만 계속 삼키고 있었다.
군고구마 냄새는 나는데 남편은 영 가져올 기미가 없다.
게다가 불러도 대답 없고...
'대체 고구마 언제 줄거야? 다 태울 심산인가? 이거 다 타는것 아냐? 냄새가 심상찮은데?'
잣을 까니 가보기도 그러하고.....
불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한 남편인데 ...
잠시 후 군고구마를 꺼내는 남편의 소리가 난다.
" 어휴 ! 고구마 하난 완전히 숯이 되버렸네?"
난 속으로 ' 그럼 그렇지. 고구마 굽다가 대체 어딜 간거야?'했다.
고구마를 가져 오니 너도나도 옆집 할머니까지 부러대며 모두 모여 앉았다.
그것도 쭈그리고 앉아서....
아이들은 얼굴에 온통 먹칠을 하고 있다.
내가 웃을라치면 자꾸 가린다. 그럼 더 번지는 것도 모르고....
눈이며 코 밑이며 입 주위는 말할 것도 없다.
손? 손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우리는 웃었다.
마치 제 얼굴엔 숯검뎅이가 되지 않은 것 처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운학골저녁은 이렇게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