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골에서의 삶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습니다.[1]

시나브로84 2010. 3. 30. 11:47

사진을 정리 하다가 발견했네요.

벌통 정리(??)하기.

말이 벌통 정리였죠.

사실은 벌들의 꿀 슬쩍 가져오기가 맞지 않나 싶네요.

바야흐로 2007년이었죠.

산골에 살다보니 사람들이 집집마다 벌통들을 놓더군요.

제가 아는 귀농하신 분도 벌을 키우셔서 약간의 용돈을 버시기에

용돈을 바라진 않고 제가 먹는 것은 충당할 수 있겠다 싶어서 우리도 놓자 했지요.

아시는 분께 얻었지만 사람이 어디 공짜로 받을 수 있어야지요.

벌통도 공짜로 받았는데 벌값으로 약간의 사례를 하고 벌을 기르는 법도 강의 받고.

첫해는 토종벌이 겨울을 나야한다고 벌꿀을 못따고....

다음해 2008년 봄!

갑자기 소나무 밭이랑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 벌로 꽈~~악 차더군요.

이것이 무슨일인가 싶어 "벌이야, 벌!!" 하며 난리 부르스를 하지 않았겠어요?

고거이 분봉을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잠시 후 생각이 나더군요.

벌이 실해서 분봉의 양이 많다는 것을..

그래서 고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쫓아갔죠.

옆집 할머니댁 뒤로 가데요.

안경도 끼질 않아 잘 보이지도 않지, 신도 슬리퍼지 해서

따악 차림을 갖추고 위~~~이~~~잉 거리는 쪽으로 갔지만

산속이라 찾을 수가 없더군요.

내 벌이 되지 않으려면 그렇게 산으로 가서 남의 집 빈 벌통으로 들어가기도 한다더군요.

우리집 벌들도 누구누구네로 들어갔다다고 나중에 얘기는 들리더만.... ㅉㅉ

그저 아쉽기만 할 뿐이었죠.

벌이 실하면 두번도 분봉을 하다며 우리집 벌이 두번 났다고 하기도 하고....

그저 쥔이 시원찮아 분봉이 된지도 모르고 몇번 된지도 모르고....

다른이들은 분봉이 될 때쯤이면 지킨다는데 그걸 어찌 아냐구요.

가르쳐 주진 않고 자꾸 놓친 것만 탓하니.....

너무 아쉬워 여쭤봤죠.

대체 어찌해야 분봉이 될 기미가 보이는 줄 아느냐고.

오랫동안 하신 분들이니 그 즈음의 낌새에 이상 징후가 보일거라 믿으면서...

하여 드디어 알아 냈습니다.

분봉될 때 나타나는 현상을.

두번째는 놓지지 않겠다고 결심을 단단히 합니다.

이 해의 벌이 정말 실하긴 실했나봐요.

위로 벌통을 올리며 가을에는... 하는 맘으로 기대를 갖게 하더군요.

가을이 되면 이곳 산골마을은 춥습니다.

시월이 되면서 일찌기 서리가 내리니까요.

10월 말쯤 되었을 것입니다.

귀농하셔서 토종꿀로 용돈으로 버시는 분이 오셨어요.

벌꿀을 아직도 안땄냐고.

따는 것을 도와 주시겠다고.

처음으로 하는 것이여서 그럼 그렇게 하자 했지요.

벌 따는 것도 배울겸...

동네분이 벌 따는 것을 도와 주시겠다고 했지만

농사를 많이 하시는 분이니 가을 걷이로 무척 바쁠 때이니

함부로 부탁을 못드리릴 때였죠.

하야 얼씨구나 해서 준비를 했습니다.

난 칼과 커다란 그릇,

두 사람은 양파망 하나씩 뒤집어 쓰고 겉에는 두툼한 옷, 장갑을 끼고.

이렇게 비가 오는 날 꿀에 빗물이 들어갈 새라 우산을 바쳐두고

남편은 뜨는 모습을 배우기 위해 보고

그 분은 뚜껑을 열기위해 열심히고

난 이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디카를 들고 셔터만을 누를 준비를 하고.

헉!!!

그 분왈 이런 벌통은 처음이라 잘 못열겠다고 하신다.

이를 어째....

준비는 다했는데.

할 수없이 동네분께 전화했다.

꿀 따려고 준비를 다 해 놓았는데 할 수가 없다고.

동네분 말씀이 왜 궂은 날 하냐하신다.

날 좋을 때 해야 벌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는건데.

궂은 날은 벌이 대단히 민감해서 더욱 조심해야한단다.

어쨋든

경험자는 달라도 아주 달랐다.

능숙한 솜씨로 벌통의 뚜껑을 열고

담배 연기로 벌들을 기절 시킨뒤

떠낸 꿀이다.

경험자왈 원래는 내년에나 떠야한다고.

위아래가 다 꽉차서 떠야한다네요.

게다가 시월은 너무 이르답니다.

그때 따는 꿀에는 수분의 함량이 많아 묽다고 하시더군요.

요렇게 조금 따는 것은 벌들이 겨울을 나도록 그리고 내년을 기약하며남겨 둬야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