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골에서의 삶

산골아이들

시나브로84 2009. 2. 28. 20:51

이젠 제법 봄의 기운이 다가옴을 느낀다.

아침 저녁으로의 추위만을 견딜 수 있으면 한낮의 추위는 그저 쌀쌀할 뿐이니....

며칠 전 남편이 아이들을 운동하자며 황둔까지 걸어 갔다오자고 하니 아이들 셋이 따라나섰다.

그것도 밤 아홉시 반경 눈이 희끗희끗 내리는 날에...

아이들 학교까지 거리가 2.3Km이니 왕복하면 제법 꽤 먼거리가 된다고

큰아이의 손에는 자동차의 위험도 있고 길도 어두우니 손전등을 들고

둘째아이 등에는 과자 두봉지와 물병이 든 가방을 메고

막내는 나타날지도 모를 짐승을 대비해서 아빠가 만들어 준 나무칼을 들고

남편은 아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몽둥이 한개를 들고

눈이 내리기 시작한 어두운 밤길을 완전무장을 하고 운동을 한다(?)는 명분으로

산골에 사는 아이들과 남편이 길을 나섰다.


길을 떠나며 기념 사진을 박아야한다면서 모두 포즈를 취하였다.

길을 나선지 조금 지나니 눈발이 장난이 아니다.

더럭 걱정이 되는 터라 뉴스를 보니 영서지방에 약 5센티미터의 눈이 온단다.

헉!

이곳은 더 많은 눈이 내릴텐데 어쩌지?

날은 점점 더 추워지는 듯하고 이를 어쩌나?

그러면서....

한시간이 지나고 밤 11시가 다되어간다.

11시까지 기다려보자.

아무런 소식이 없다.

눈발은 점점 더 세어지는데..

11시가 넘어서 애타는 어미의 맘으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마눌 :어디야?

탱구리: 황둔에 있는 가게에 왔어.

이들 아이스크림 사주고 있지. 여기까지 온 것이 기특해서 말야.

마눌 : 눈이 많이 오는데 어떡하지?

이제 내가 데리러 갈까?

탱구리: 그러는 것이 좋을 듯 싶은데?

눈도 많이 오고 시간도 많이 지났고.

마눌 : 알았어..

걱정이 된다면서 뭐가 그리 준비할 것이 많은지.

주섬주섬 옷도 두툼하게,

손에는 장갑도 찾아 끼고,

쓰지도 않던 모자를 눈이 내린다는 핑계로 쑤욱 눌러 쓰고

문도 잠그고 길을 나서는데 걸리는 시간이제법 걸린다.

게다가 어휴~~~!

눈이 이리도 많이 쌓였나?

이 초보운전자가 운전하기엔 더우기 이 눈길을 첨 운전하는 나로서는 바짝 긴장하여

속도도 화악 줄여서 천천히 저수지를 돌고 '어서오십시요'하는 푯말을 지나 황둔으로 접어들고 길을 가니

저기 멀리서 자동차 불빛에 눈이 부셔 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보인다.

그 추위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왔으니 얼마나 더 추웠을까?

차를 몰고 가니 너무도 반겨하는 아이들을 보니 나 또한 너무도 반갑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듯 너무도 기뻐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가슴도 벅차오르고 이것이 행복이란걸까?

차창으로 펑펑 내리는 하얀 눈이 앞을 가려도 내겐 길이 훤하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함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