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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엄마가 팔불출이 되던 날!

by 시나브로84 2008. 11. 29.

지금 밖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네요.

지난번 첫눈은 밤에 살며시 내려 보질 못했지요.

오늘 이리도 눈이 내리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지네요.

이 눈을 보고 팔짝팔짝 뛰고 있을 막내를 생각하니 더 웃음이 나고요.

 

지난 시월말이었지요.

유치원에서 가을 축제를 한다고 하데요.

그동안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만든 작품전시와전시장에서 직접 체험하는행사도 곁들이면서....

하여 저도 도우미 엄마로 나섰지요.

 

유치원 아이들 15명과 초등학교 1학년 7명 아이들과 함께 한 가을 프로젝트!


아이와 함께 허수아비를 만드는 것이 과제였기에 큰아이 둘째 막내 남편, 그리고 나!

다섯 식구가 모두 모여서 신나게 허수아비를 만들었지요.

뼈대는 아빠가, 옷 치장은 두 딸들이, 얼굴 분장은 막내, 총 지휘는엄마인 나!

허수아비는 각설이를 연상케하기로 하고 옷을 입혔건만 그만 막내가 괴물로 만들어버렸지요.


헉! 저 빨간 머리에 가려서 안보이네요.

안경도 씌우고 밀집모자도 씌웠는데.....

 

아이에게 주어진 숙제가 있었지요.

동시를 지어 오라는 것이었지요.

그 날은 모임이 있어 집을 비우고 늦게 들어 왔더니 아이가 시를 지어 놓고 자고 있더군요.

너무도 잘 지어(엄마는 역시 팔불출!) 놀랐지요.

제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간단하면서도 아이의 맘이 담겨있는 듯하여 엄마로서 무척 뿌듯했죠.

유치원에 가니 아이의 글을 이쁘게 전시도 해 주셨네요.

 

더우기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삼행시와 또 다른 글 들이었답니다.

 

막내의 절친한 친구 지행이가 지은 삼행시랍니다.

검: 검둥이가 길을 걷는데

은: 은하수가 보이네. 나는

콩: 콩껍질을 까야 돼


ㅎㅎㅎㅎㅎ

콩껍질 까는 것을 많이 보았나봅니다.

 

 

대한이의 글이 잘 안보여서 옮기질 못하겠네요.

이 팔불출 엄마가 못내 아쉬웠답니다.




 

 

 

가을이 되면?

가을은 춥고 쓸쓸해요.

감도 먹을 수 있고요.

귀뚜라미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라고쓴 글귀를 보고 또 팔불출이 되어버렸네요.

저 자그마한 아이도 쓸쓸함을 알까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을은?

벼가 익는다, 허수아비가 벼를 지켜준다, 나뭇잎이 떨어진다, 곤충잡는 계절이다,덥기도하고 춥다, 하늘이 푸르다.....

 

가을을 생각하며 글자 릴레이를 하니

참깨, 들깨, 머루, 다래, 허수아비, 고추잠자리, 다람쥐 등등..

헌데 막내는 '주렁주렁'이라 썼네요. ㅋㅋㅋ

 

모두들 이 산골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로 모여 있더군요.

이 산골에서 자라고 뛰노는 저 아이들의 정서가 참으로 맑고 순수함을 느껴 봅니다.

이에 저의 맘도 따듯해져 오고요.

나의 아이들이 이런 따뜻한자연의 정서를 닮아가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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