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은행이 눈에 띄길래 아이들과 남편과 열심히 주우니 제법 많다.
내가 씻으려 하니 남편이 내가 씻을 테니 잣이나 까란다.
남편은 은행을 씻고 난 잣을 까고.....
그날 밤에 남편은 가려워서 잠을 못 자겠다고 바를 약을 찾는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보니 은행 독인가 보다.
장갑을 끼고 씻으라고 했건만 맨 손으로 북북 씻어대더니만.....ㅉㅉ....
하여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 등 지금까지 고생을 하고 있다.
여러분, 은행독 조심하시고 은행은 꼭 장갑 끼고 씻으셔요!
근데 잣을 까던 내가 어제는 허리가 아파서 저녁도 거른 채 앓아 누웠다.
어휴... 허리가 끊어지듯이 아프다. 아이들 겨울 양식으로 좀 까주려니....
아---! 우리 엄마!
작년에 어찌 그 많은 잣을 송진이 묻어가며 어떻게 까셨을까?
작년에 가평에 갔다가 잣을 좀 주워 왔었는데 엄마는 대한이 땜에 못 깐다하시며 당신이 소일거리 삼아 쉬엄쉬엄 까시겠다고 가져가셔서는 며칠 후에 한가득 가져 오셨다.
난 "엄마 고마워요!" 단 한마디로 모든 수고를 일축 해 버렸고.
겨우내 아이들 까주며 열심히 먹었다. 내 새끼들만 생각하고....
한 번은 은행이 기관지 천식에 좋다하시면서 학교에 들어가서 비오면 줍고 바람불면 줍고 열심히 주우시더니만 냄새나는 부분은 없애고 뽀얗게 말려서 양파망으로 한 자루 주셨다.
난 엄마한테 가면 종종 " 어휴~! 냄새 ! 엄마 구린내가 온 집안을 뒤덮었네. 그만 주우세요. 손 좀 봐 . 퉁퉁 부었네 , 아주 까칠해지고. 장갑 좀 끼고 까지." 하니 엄만 괜찮다며 아무는 것도 아버지처럼 덧나지 않고 쉬 아문다 하시는 말로....
엄마 덕분에 온 식구가 매일 먹고 그 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다.
환절기만 되면 기침 감기를 곧 잘 앓던 큰아이의 감기도 슬며시 하고만 지나갔으니.....
독이 오른다 허리 아프다 등등 이렇게 힘이든데 엄마는 ..
손은 퉁퉁 붓고 까칠까칠 해지고 허리는 또 얼마나 아팠으며 게다가 연로하시기까지 하시니....
오로지 자식과 손주들 먹이겠다는 그 한가지 생각으로 힘든 것도 잊었을 테니......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 마음을 십분의 일 이해 할거란 엄마 말이 떠오른다.
사십 평생을 엄마 곁에 살면서도 항상 받기만 해서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야 떠나보니 엄마의 자리가 이렇게 크다.
이 가을 ! 풍성하기만 한 이 가을!
이 딸이 엄마에 대한 사랑이 이 가을만큼 풍성하길.....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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