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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관계

by 시나브로84 2004. 10. 16.

지난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하얀 서리가 내려 있었다.

마치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하긴 첨 본 난 "와! 눈이다! " 하고 감탄 했으니...

남편은 잔디에 물을 주고 난 맹- 꼬맹이의 준말, 우린 막내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 이와 서리를 맞았지만 밤새아진아빠가 뿌리채 뽑아논 고추를땄다.

맹이도 열심히 하나 둘하며 따서 비닐에 담고, 약 한번 치지 않은 고추라 서리를 맞았지만 농약 친 고추보단 낫다 싶어 고춧잎도 덩달아 주욱 훑어내렸다.

첨 해보는일이라 겨우 한고랑도 못했는데 허리가 아프다.

그래도 꾹 참고 열심히...

겨우 세고랑에 심어논 고추를 다 따고 이젠정리 단계!

이것도 만만치 않다. 휴---우 힘들어.

바람도 불고 기온도 뚜--욱 내려가고 해가 지니 더욱 춥다.

그때까지 일하던 남편이 집 짓고 계시던 분들께 가더니만 듬성듬성 구멍난 투망을 어깨에 지고 나오더니 고기잡으러 간단다.

피래미, 꺽지 조금 잡아주겠다고. 우리집 짓는데 넘 열심히 하셔서 민물고기 좋아한다니 잡아주겠다고.

" 이 추위에?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하니

남편 왈 " 그게 사람의 정이란 것이지. 내가 좀 추워도..."하며 끝내는 내려간다.

난 넘 추워서 옴짝달싹 못하겠다.

불도 피워가며 남편 올때까지 고추 정리를 해보지만 손이 곧아져서이젠 하기도 싫다.

약 40분이 지나 남편이 왔는데 몇 시간이 지난 것만 같다.

금요일 오늘밤!

남편이 또 물에 푹 젖어서 들어 왔다.

이상했지만 일 땜에 그러하다길래 더 이상 묻지않았다.

집 짓는 분들과 저녁식사하고 온다던 남편이 얼큰하게 취해 전화가 왔다.

일하시는 분 하일리까지 바래드려야한다고.

이 초보 엄마도 필요할 때가 있네? 하며 난 웃으며 남편에게로 갔다.

그곳에서....

집지으시는 분- 한과장- 이 말씀하시길 대뜸 "이런 주인 첨 봤어요. 한다.

내가 반문하자

" 여느 주인들은 일을 하면 저녁이나 술을 사주죠. 하지만 장사장(남편을 이렇게 부른다)님은 달랐어요. 그 추운데 우리 주려고 고기 잡는다고 오늘도 또 물에 들어가시고. 고기를 먹어서 맛이 아니라 이게 사람 사는 맛 아니겠어요?" 한다.

수요일 밤 돌아오는 차안에서 남편이 내게 말했었다.

[나도 춥다고. 하지만 내가 주고 싶은 것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정리라고.

물론 쉽게 밥과술을 사줄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주인과 일하는 사람의 관계가 되고 만다고.

내가 춥지만 그사람들이 좋아한다니 물고기를 잡아준다면 주인과 일하는 사람의 관계가 아닌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되지 않겠나고.

뭐든지 돈으로해결하는 것보다 사람의 따뜻한 정이 오고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남편의 이 말을 듣고 있던 난 ' 이사람 정말 꾸밈없고 정이 듬뿍 느껴지는 사람이야. 그러니 내가 이런 사람을 어찌 안좋아할 수 있겠어. 정말 된장 같은사람이야.'하며 집에 왔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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