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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한낮의 결투

by 시나브로84 2009. 9. 26.

산야초 발효액 주문이 있어서 항아리에서 떠와 병입작업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밖에서 남편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냥 몰이를 해야한다고..

난데없이 토끼사냥이라니???

다름아닌 깨비가 지금 산속에서 토끼같은 산짐승을 잡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네요.

하여 깨비를 도우려한다나요?

ㅎㅎㅎ

며칠전 깨비가 고구마밭에 내려온 족제비를 한마리 잡더니만...

요것이 바로 깨비가 잡은 족제비!

아주 용기백배해서 이젠 산속까지 진출을 했네요.

소리가 제법 납니다.

깨비의 으르렁거리는 소리, 산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

이로써 토끼가 아니라 멧돼지가 아닐까?

음...

긴장감도 돌고....

산속이라 풀과 나뭇가지가 많아 숨기에 안성맞춤이라 쉬이 깨비가 다가서지 못하나 봅니다.

남편왈 그 짐승이 사생결단으로 깨비에게 덤빈다고 하네요.

그래서 더욱 깨빈 다가서지 못하고...

덤불 속에 들어간 짐승을 유인이라도 하려는 듯 약간의 경계를 늦추며 밖으로 나와보는 깨비!

허나 고 짐승도 만만치 않아 잘 속질 않는 듯!

슬적이 나오는 듯 하다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공격을 하는 깨비!

이에 뒤지질 않고 덤비는 산짐승!

대전이 계속되고 햇볕은 따갑게도 내리쬐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중무장을 하고 나도 산 속으로 가고 싶어졌죠.

급히 나온터라 반팔 반바지에 장화!

이런 차림이니 다시 돌아와서 긴옷에 모자쓰고 장갑끼고 괭이 한자루 들고 나섰죠.

헉!

어디로 갔지?

깨비와 산짐승과 남편!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소리도 나질 않고...

아이들에게 물으니 저 등성이 쪽으로 갔다하기에 그리로 가니

남편과 깨비가 오는 것이 보입니다 그려.

하여 물어보니 남편왈,

산짐승의 털이 맨질맨질하고 예쁜 것이 오소리인 듯 싶고,

깨비에게 물린 듯 한데 워낙 사생결단으로 덤비니 깨비가 선뜻 못가고,

등을 보이지 않고 깨비에게목이 좀 긴 듯한 얼굴로 드밀며 으르렁거리며 살살 도망치더랍니다.

또 남편이 한쪽을 계속 지켰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깨비의 용기가 1% 부족했던 것 같다고.

깨비가 숨차하고 굉장히 힘들어하길래 그냥 내려왔다네요.

아니나 다를까!

깨비는 굉장히 지치고 힘이 들었는지 그냥 땅에 털퍼덕하고 누워버리네요.

다리도 오므릴 힘조차 없나봅니다.

그저 축 늘어져 있을 뿐 물을 먹을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네요.

하여 기운도 차리고 갈증도 없애고 하라고 효소액을 물에 희석해서 갖다주니 잘 먹네요.

이제 7개월 정도 밖에 안된 것이 저렇게 용맹스럽게 사냥하려하는 것을 보니 그저 대견스럽고 기특합니다.

이것이 깨비의 본능일까?

아님 깨비의 잠재적 능력일까?

항상 개구리며 나방이며 메뚜기며 잡아서 놀기를 몇달하더니만

며칠 전엔 고구마밭에 내려온 족제비를 추격하여 드디어 잡더니만

사냥의 능력을 이렇게 해서 키워가는 것일까?

나의 아이들!

억압이 아닌 자유로움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찾음으로 해서

자신이 정말로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알아가게 하는 것이

진정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낮의 결투가 나에게 또하나의 생각을 하게끔하며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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