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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산골사람 갯벌체험기

by 시나브로84 2009. 10. 31.

벌써 시월의 마지막이네요.

조용한 커피숍에 들르면 이 노래가 나오겠죠?

"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시월의 마지막!

글쎄...

살면서 그리 날짜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이 노래가 나오면서 유달리 의미가 더욱 두각되어 다가온다.

더우기

눈앞에 보이는 산이 알록달록 물들고

바람이 스잔하게 불고

그 바람과 함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떨어진 잎 사이로 앙상하게 드러나는 가지들

이 앙상한 가지가 맘을 알싸하게....

어디론가 떠나고픈 계절이네요.

저지난주였을까요?

산골로 온 뒤에는 아이들과나들이 다운 나들이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이 곳을 떠나보자 했지요.

가을엔 생새우철이라고....

그 맛을 느껴 보자고...

옛 기억을 더듬어 보고 인터넷도 찾고

남당리에서는 새우축제를 하더군요.

축제하는 곳은 너무 번잡스러워서 조용한 곳을 찾아 아이들은 갯벌체험 어른은 낚시!

그리고 맛나다는 생새우회와 새우찜!

이렇게 겸사겸사 선택한 곳이 '궁리'였습니다.

큰아이는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어서 모처럼 혼자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집에 남겠다하여 홀로 남겨두고.

새우와 게를 생각해 궁리에 가서맛난 점심을 먹자며이 산골에서오전 9시에 나섰다.

룰루랄라~~하며 세시간이 지났건만목적지가 아직 안보인다.

언니가 준 네비가 있어 그 네비에 맞추고 지도도 보고.

서해바다 안면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궁리가 꽤나 멀다.

조금전 서해대교를 건널 때 목적지가 다 온것 같더니만.

목표를 수정하기로 했다.

점심을 간단히 휴게소에서 때우고 갯벌 체험 후 맛있게 먹기로.

갯벌에서 놀 생각으로 휴게소에서는 정말 짧은 시간만을 지체하고 다시 궁리로.

이번엔 네비!

업그레이드를 안해서인지 내가 잘못 입력해서인지 자꾸 남당리만 가르쳐준다.

난 궁리로 가고 싶은데...

하여 집이 있거나 사람이 있으면 내려서 궁리 가는 길을 물어물어 찾아왔다.


이곳이 바로 궁리!

시간을 참으로 잘 맞춰 온 것 같다.

벌써 뻘이 드러나서 여기저기서 무언가를 줍고 있다.

남편과 아이들도 저렇게 갯벌로 가서 열심히 줍고 있다.

누가 자기들을 불렀다고....ㅋㅋ

한수 더떠서 난 주변에 떨어진 검정 비닐봉지 하나를 주워들고 따라 나섰다.-ㅎㅎㅎ 못말려. 역쉬 난 아줌마였다.

막내의 함성이 들린다. 조래를 주웠노라고.

우와~~ 대단한데!

이상하게 열리네? 검은 뻘물이 가득 들었네?

ㅎㅎㅎ 그럼 그렇지.

이번엔 둘째도 남편도 우와, 우와 한다.

소라와 게를 잡기 시작했다.

막내도 질새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이돌 들추고 저돌 들추고.

잠시 후 또 부르는 막내의 소리!

"엄마~! 아빠~! 조개 주웠어요."

어이구 또 빈 조개 주웠을거면서 부르긴.

아빠가 조개의 잎을 벌려본다.

이번엔 안열린다.

그래도 의심스러워 돌로 내리쳐본다.

탱글탱글한 조개가 들어있다.

"우~~와~~! 대단한데! 어디서 주웠어?"

게의 집게 다리에 물려 조금씩 다른 것을 찾던 식구들!

아이의 입으로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 글쎄요. 제가 가는데 검은 것이 위에 두 개가 박혀 있더라구요. 해서 꺼내보니까 조개예요." 한다.

서울서 김서방 찾기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조개를 찾는가?

그냥 게한테 물리더라도 쉬운 게나 잡지뭐.

소라도 있으면 잡고.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게예요, 소라예요 하는 소리가.

낯설어도지나가며 나 많이 잡았다하며 자랑도 하고 간다.

ㅎㅎㅎㅎ

그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이때 저쪽에서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무언가 캐고 있다.

이젠 내 손도 바닷물에 젖어서 디카를 꺼낼 수도 없는데....

뭐지?

우리는 궁금해져서 "뭐하세요?" 했더니...

조............개

글쎄 막내가 좋아하는 조개를 캐고 계셨다.

뻘을 파니 꽉찬 조개가 나온다.

신기하다.

분명 없었는데...

바로 밑에 있다니.

역쉬 뭘 알아야한다니까.

막내는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아주머니가 잡은 조개를 보고 입이 벌어졌다.

너무 좋겠다고 하며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하며 연신 묻는다.

아주머니는 이것저것 가르쳐 주고 이것 줄까하며잡으신 것을 아이의 검정 비닐에 담아주신다.

막내는 기분이 좋아져서 더욱 입이 벌어지고 이내 우리도 조개 잡자고 나선다.

뻘을 파야하는데?

뭘로?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

남편은 뾰족한 돌을

둘째는 버려진 큰 조개 껍데기

막내도 아빠와 같은 돌

난 두꺼운 철사 - 삼각형으로 되어있어서 잘 긁어진다

이렇게 연장을 하나씩 들고 뻘을 파기 시작했다.

드러나는 조개들!

둘째와 나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고

막내의 입에서도 남편의 입에서도..

이걸로 뭐 해먹을까?

조개탕? 미역국?

조개 한두마리 캐고 다 캔것처럼 다들 말한다.

뻘을 파고 팠는데 쉬이 파지질 않는다.

이럴줄 알았으면 호미 가져오는건데.

한참을 파도파도 조개가 아니보인다.

하여 아주머니 아저씨가 줍고 간 자리에 혹시나 하고 가보니 히히 역쉬.

다 줍지 못한 조개가 보인다.

땅도 한번 휘집고 지나갔으니 쉬이 파지고.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쏠쏠하게 나온다.

맛내는 용으로 한번은 해 먹겠군.

이제 좀 잡으려나 했더니 이제 그만 하자고 남편이 부른다.

배도 살살 고파오고.

막내는 벌써 뻘에 푹 빠져서는 저걸 어째~~!

여벌의 옷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더우기 신발도.

할수 없지.

그냥 말려서 툴툴 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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