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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아빠와 그 아들!

by 시나브로84 2008. 3. 14.

지난 3월 4일이었다!

밤 아홉시가 다되어서 남편이 술이 한잔 되어서 들어왔다.

마을분들과 주고 받은 술잔이 꽤 많았나 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 저런 얘길 하는데 큰애 둘은그런일 없다고 코웃음을 치는데 막내녀석만이 아빠의 말에 호응을 한다.

말인즉,

'산에 호랑이가 나타나니 응징을 하러 나서야 한다고.

또 멧돼지도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해서 저 오미재를 갔다오자고 아이들 아빠가 꼬드긴다. 이밤에...'

막내는 처음엔 혼내면 안된단다.

그말에 아빠도 좀 머쓱했는지 물론 그냥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 산짐승이 아빨 공격하면 응징한다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하다면 막내는 아빠가 행여 호랑이 한테 또 멧돼지한테 공격을 당할지 모르니 자기가 아빠를 보호해 주겠노라고 나선다.

위험하면 아빠가 만들어준 나무칼을 이렇게 저렇게 휘두르겠다면서.

아빠도 혹시 모르니 나무를 하나 들고 나서야한다고 막내가 말하니 아빠도 알았다고 대답한다.

참 기가막혀 말이 안나온다.

크... 다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하지만 말이라도기특하군.

설마 그냥 말로 장난하는 것이겠지.

따라 나선다고 하진 않겠지?

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빠야 술한잔 되었으니 바람쐬러 밖에 나갈 수도 있지만 막내가 설마 그 추위에 ?

눈도 많이 왔는데 설마 따라나서겠어?

헌데 그냥 말로만 끝날 거라는 나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일은 벌어졌다.

막내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더니 랜턴을 들고 나무칼을 들고 그 밤에 따라 나섰다.

막내는 나무칼, 아빠는 괭이를 ...

랜턴을 검사하고.


떠나기전 기념 촬영을 해야한다나?

멧돼지와 호랑이를 응징하기 전의 모습이란다.

중무장을 했다고 서로가 좋아하며....



드디어 떠나는 아빠와 아들!

달빛만이 그들을 비출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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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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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돌아올 줄 모르는 남편과 막내가 걱정이다.

남편이 맨정신이면 걱정을 안하겠지만 술이 한잔 아니 많이 된 상태이니 걱정이 된다.

하여 차를 끌고 나서야하나? 하고 있었더니 밖이 시끌벅적한 것이 돌아 왔나보다.

막내의 얼굴이 추위로 얼굴이 발갛게 되어 돌아 왔다.

들어오며 하는 말이 밤이여서 멧돼지랑 호랑이를 만나지 못했단다.

하여 다음날 낮에 다시 산에 오르기로 했단다.

ㅋㅋㅋ

그럼 그렇지.

- 뒷이야기!! -

아이와 함께오른 남편의 이야기다.

오미재를 가는데 주변은 칠흑같이 어둡고.

앞이 안보이니 랜턴으로 비추긴 하지만 점점 무서워지는데

자꾸 앞으로만 가는 아빠!

슬쩍 동네분이 사는 집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단다.

그분 집이산 속에 있어서 그쪽으로 길을 택했다고.

멧돼지와 호랑이를 응징하려면 산으로 가야한다고 하며 자꾸 오르니 아이왈 " 너무 어두운 것 아녜요? 너무 늦어서 안나오는 것 아니에요?" 하더란다.

제딴에도 자존심이 있어서 무서우니 집에 가잔 소리도 못하고 그저 어두운 것만 탓하더라고.

그래도 남편은 아니라고 혹시 나타날지 모른다고 가니 아빠를 지켜주겠다며 남편을 바짝따르더란다.

잠시 더오른 후 아이의 자존심도 지켜주고 아빠를 지켜주겠다는 그 맘도 간직하고 다음날 날 밝으면 가기로 하고 돌아 왔단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자그마한 아이의 맘에 가슴 찡해지며 팔불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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