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봄비가 내리더니 온 대지가 촉촉하게 변해버렸다.
이젠 이 봄비를 물씬 머금고 파란 잎들이 더 쏙쏙들이 나오겠지.
몸이 좀 안좋단 핑계로 막장을 담그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었다가 봄비도 오고 했으니 메마른기가 없어진 틈을 타서 밖에 군불을 때고 지금 한창 엿질금에 보리를 푸욱 삶고 있었다.
간혹 햇빛도 보이다간 바람이 불어선가 구름을 몰려오더니 금새 어두워지기도 하고.
이렇게 반복하더니만 헉!!!!
이젠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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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눈이 날 당황하게 하더니만......
그날 제천 시내로 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서둘렀다.
힛끗힛끗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기에.
지난번 버스를 놓친적도 있고 해서 이번엔 기여코 가리라는 맘으로 일찍 나갔더니 아직 버스가 오지 않았다.
헌데 시간이 흐를수록 맘이 점점 조급해진다.
눈은 계속 내리는데...
혹시 이번엔 버스가 내려오지 않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에.....
휴~~~우!!!
버스가 저기서 오고 있었다.
그 버스기사도 날이 그 근래에 좀 풀렸다고 생각했는지 이런 눈쯤 하고 무시하는가 싶다.
헌데 장난아니게 눈이 점점 쌓인다.
기사님도 거기다 한마디 걷들었다.
" 지금 나가는데 나중에 못들어오면어쩌려고 그래요?"하면서.
설마 ~~아! 하며 난 무시하고 그냥 넘겨 버렸다.
다만 오미재를 넘으면서 '혹시 여기서 못들어 오면?'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나만의 기우이겠지하며 슬쩍 생각을 덮어버렸다.
볼일을 보고 안들어 올지 모른다는 버스가 보이기에 슬쩍 무시했던 맘에 안도감이 오는 것은????
ㅋㅋㅋ
아침에 내린 눈이 제법 쌓였어도 날이 워낙 따뜻해서 도로엔 다 녹아서 크게 걱정없었다.
안심하고 살짝 눈도 붙여보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점점 집이 다가오는 듯 하기에 눈을 슬적 떠 보았다.
오미재를 넘기 전이었다.
여긴 시내보다 제법 눈이 많았다.
하지만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만큼은 그래도 푸근한 날씨를 못이기는가보다.
질척하긴해도 눈이 녹아있었다.
완전히 난 맘을 푹 놓고 버스가 오미리로 들어서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
오미재를 오르는데 점점 눈이 더 많아 보였다.
도로에도 눈이 제법 있어 보이지만 바퀴자국만 따라가면 그래도 넘는덴 문제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오늘따라 아침에 함께 탔던 동네분도 안보이고나 혼자 버스를 타고 재를 넘으려니 기사님한테 미안스럽다.
그래도 버스니깐...하는 맘으로 시선만 창밖으로...
헌데 재를 오르면 오를수록 바퀴자국은 없어지고 눈만 보인다.
설마 설마 저러구로 집까진 가겠지.....??
오미재 고개 정상에 올라섰다.
내 머릿속은 설마만 계속 부르짖고 있는데 기사님 왈
" 아주머니, 더 이상 못가겠어요. 여기서 버스를 돌려야겠어요." 한다.
헉!!
'올해들어 여러가지로 경험한다.
우선 차비를 내고 여기선 내 핸폰도 터지지 않으니 s뭐로 되는 기사님 핸펀을 빌려 남편에게 SOS를 쳐야겠다.
헌데 기사님 핸펀도 안되면?
그럼 운동삼아 그냥 걸어서 가지 뭐. 혹 알아 ? 지나가은 차라도 있으면 얻어 탈 수 있을지. 아줌마가 뭐가 두렵겠어? 쬐끔 무섭긴 하지만 나 태워주는 분도 날 무서워 할 수도 있지 않겠어?'
하며 그 짧디 짧은 시간에 별별 상상을 해가며 차비를 지불하려고 앞으로 나갔다.
차비를 내고 기사님 핸펀을 빌리려는 순간!
하얀 트럭이 버스 옆에 멈추었다.
버스 기사 : 눈이 많아서 더 이상 갈 수 없어요. 여기서 버스를 돌려야 해요.
트럭 기사 : 여기 재만 눈이 있어요.
내려가면 괜찮아요. 손님이 있나요?
버스 기사 : 아주머니 한분 있어요.
이 오가는 말 속에서 난 휴~~~우~~~!! 하고 안도의 숨을 내 쉴뿐이었다.
조거이 날 태워주겠다는 소리일테니깐. ㅎㅎㅎㅎ
버스기사님께도 감사합니다. 흰 트럭 기사님께도 감사합니다를 연거푸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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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그리 나를 애태우던 날씨가 오늘도 여지없이 날 애태운다.
조금전 그리 내리던 싸리눈이 어디로 간 거야?
글 쓰고 나갔더니 싸리눈은 어디로 사라지고 다시 햇빛은 쨍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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