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메주를 만들어왔다.
이번엔 효소를 이용해서 담궈 볼 생각에 콩을 좀 더 많이 쑤었다.
커다란 가마솥단지를 걸고 쑤는데 괘 많이도 욕심을 내었나보다.
두가마솥이면 되겠지 했더니 한가마솥이 더 늘었다.
하여 이번에 늘어난 한솥은 청국장을 띄워서 나눠먹지 했다.
잘 띄워볼 생각으로 작은아이 방을 빌렸다.
(사실 빌렸다기 보단 반강제적으로???- 아이의 방이 아늑하고 따뜻해서 잘 된다는 핑계를 둘러대긴 했지만)
며칠이 지나니 메주가 띄워지는 냄새가 구수하게 나기 시작하고 거기다 청국장이 띄워지는 냄새도 합세한다.
어느정도 마른 메주는 짚으로 엮어서 대롱대롱 매달고 청국장이 어느정도 띄워지니 냄새가 사르르
잦아들 즈음에 꺼내선 아이들 동원하여 찧기 시작했다.
힘들텐데도 아이들은 재미있나보다.
내겐 노동이고 아이들은 놀잇감이 되어선 신이났다.
서로 못 찧어서 안달을 낼 정도.
왁자짓걸 웃으며 찧다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이고 난 그릇그릇마다 옮겨 담기 시작했다.
이건 속이 안좋으신 아주버님께, 이건 허월도사님, 이건 정빈이네, 이건 셋째형님네, 이건 언니네,이건 이번 효소 모임을 가질 집에 하면서 담다 모니 내것이 부족하다.
내건 또 쑤면 되지 뭐.
조금 맛뵈기로 남았으니 됐지.
하며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면서 즐거움에 푹 빠져 버렸다.
헌데 그 맛뵈기 마저 없어져 버렸다.
집에 오시는 손님께 이 겨울에 드릴 것이라곤 효소와 청국장!
이래서 또 청국장은 사라지고....
이렇게 푼 결과 일까?
주문이 들어왔다.
만들어서 팔라고.
푸아하!!!
내가 팔 정도의 수준?(나 대단히 발전했군.ㅋㅋ)
설에 맞혀서 가져 갈 생각으로 콩을 불리고 솥에 불을 지피는데 으악 추워라...
손이 솥에 쩌억쩍 달라 붙는다.
불옆은 그래도 좀 낫군.
헌데 요기를 조금만 벗어나도 으악 추워!!!
불 때는 남편 조금밖에 안되는데 고생이 넘 심하다고 투덜투덜이다.
그래도 재밌잖아.
하며 살살 달래가며 불을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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