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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골동품 난로

by 시나브로84 2007. 12. 18.



겨울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날은 춥고 심야전기 값을 야곰야곰 올려서 펑펑 때지도 못합니다.

사실 기름보단 싸서 놓긴 했는데 요것도 수요가 점점 많아지니 값을 살살 올립니다.

하여 겨울을 어찌 보낼까 요리조리 궁리를 합니다.

이러길 몇년!

올초 봄이었습니다.

효소를 담을 항아리를 구하려고 골동품가게에 들렀습니다.

그 때!

남편 눈에 화~~아~~~악! 들어 온 것이 있었습니다.

녹이 슬고 오래된 골동품!

주물로 만들어진 난로였습니다.

겨울을 이 난로와 보내자고,

집안에서 긴긴 겨울 밤을 고구마 구워 먹으며 따땃~~하게 보내자고.

남편이 꼬십니다.

그래! 심야전기 값도 오르고 집이 좀 더러워진들 어때.

따뜻하잖아?

그리고 사람이 사는 집인데~~~,

또 시골집이 넘 깨끗만 해도 운치 없어~~.

게다가폼나게스리 골동품이잖아?

시골집에 골동품 난로!

크아~~~! 쥑인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그 난로 사려고 별별 궁리를 다 되어 맞추면서 덜컥 샀습니다.

그 난로만 보아도 올 겨울은 따뜨~~~읏 하기만 합니다.

날은 점점 추워 오는데 우리집 양반 - 사실 남편은 "나 양반아냐"합니다. 그래서 그반대로 ㅋㅋ- 난로를 놓을 생각을 안합니다.

한술 더떠서는 "괜히 따뜻하지도 않으면서 집만 더러워지는 것 아냐?

괜시리 난로 놓는다고 생고생만 하는 것 아냐?" 합니다.

으이그.....

고럼 난로 사기 전에 고런 생각을 좀 하지.

이제와서....ㅠㅠ

난로를 놀 시기가 다가와서 고럼 어떻게 해?

으찌란 말이니? 으찌란 말이냐구~~~.....

그렇다고 요렇게 대 놓고 말 할 수 있습니까?

한번 해 보자고. 내가 도와 줄 테니 놓자고 살살 꼬득여 봅니다.

헌데 바쁘다고 차일피일 날을 미룹니다.

겨울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드디어 난로를 놓는다고 합니다.

얼 쑤~~!

트럭을 타고 시내로 나가서 연통이며 석면이며 석고붕대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난로를 들여 놓고 연통하나를 세웠는데 저녁이 되어 버렸습니다.

밖으로 빼는 연통은 달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집안의 온기가 있는 듯 합니다.

그저 난로 하나만 달랑 들어 와 있을 뿐인데 불도 없는데도 따뜻합니다.

고것도 난로라고 가족 모두 난로 주변으로 모여듭니다.

마음이 따뜻해져옴을 느낍니다.

그저 흐믓하기만 합니다.

다음날

드디어 밖으로 빼는 연통을 달고 창문도 단도리를 해 놓습니다.

그리고는 난로에 점화식을 합니다.

짜자자자~~~~안!!!! 두그두그 둥둥둥!!!!

처음엔 난로에 붙은 이물질이 타며 연기가 납니다.

혹시나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역시 기대를 저 버리지 않습니다.

연기를 쭈~욱 쭈~욱 잘도 빨아 들입니다.

게다가 따뜻하기까지 합니다.

나무가 화~알~활! 잘도 타는 것이.

갑자기 손님도 온답니다.

함께 맥주 한잔 하자고 부부와 아이들이 온다고 합니다.

오잉???

으찌 알고서 난로 놓은 축하파티까정 열어 주신당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입니다.ㅋㅋㅋ

요것이 우리집 난로 입니다.

요즘 이 난로에다 군고구마도 구워 먹고 은행도 구워 먹는답니다.

커피 물도 끓인답니다.

또 큰 주전자에 물을 데워서 제 세숫물 정도는 해결합니다.

때론 조금 남겨 아이들도....

참! 난로 첫 군불땔 때 오신분 있죠?

저희 난로 보시고 좋다 하시면서 당신네 집에도 난로를 설치 하시겠다고

하셔서 원정까지 갔다왔습니다.

뭔 원정이냐구요?

그래도 난로 먼저 놓은 선배 아닙니까?ㅋㅋ

하여 그 집에 난로 구입에서 설치까지 해 주고 왔지요. ㅎㅎㅎㅎ

헌데 그 때 알았습니다.

저 난로가 골동품이 아니란 사실을....

현재 시중에 팔고 있는 난로란 것을.

하여 우린 골동품이 아니라 중고 난로를 샀단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따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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