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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땅 속 보물 캐기

by 시나브로84 2011. 5. 2.

남편이 이른 아침 산을 산책하며 눈여겨 두었단다.

어디서 보물을 캐야할까?

아니 어디서 캐는 것이 쉽게 보물을 캘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드디어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풀리진 않았지만 조금은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여

남편을 따라 나섰다.

산 속의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살짝 추운 듯하다.

하지만 내리쬐는 햇빛은 따사롭다.

이렇게 봄을 만끽하며 나무 하나에 의지하며 산으로 갔다.

길 옆 약간의 비탈진 곳을 바라보니 굵은 넝쿨이 땅에서 솟구쳐 있다.

저 비탈진 곳에 있으니 캐기 쉽겠다며 남편은 비탈진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남편이 혼자서 다 할 것이니까 그저 바라만 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 했지만

그래도 이 시골 아지매 팔을 걷었다.

조금 아주 쬐끔이지만 호미로 땅을 파주면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 깔짝깔짝 대어보았다.

헌데 파기 쉬울 거라던 남편의 예상과는 달리

이 보물들 이리저리 돌에 막혀서 자리를 옮겨 가며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엄청난 두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모두 꺼낼 수가 없다.

땅 속으로 이리저리 들어가니 그걸 다 캐자면 이 산을 다 파헤쳐야할지도...^*^

해서 이쯤으로 하고 끊었다.

나머진 또 왕성한 생명력으로 생을 이어 갈 거라 믿으며....

산에서 많이 캐오려 했던 생각이 무너졌다.

캐는데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다.

비탈진 곳이다보니 주로 바위들과 맞부닥쳐서 힘만 더 들고

땅만 팠지 실속이 없다.

에구구구...

그래도 저리 큰 것이 나왔으니.

헌데 저건 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약간의 실망감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왔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남편이 더 심한가 보다.

하여 집 뒤곁으로 갔다.

어머나? 여기에 엄청난 것들이 있다니?

등잔불이 어둡단 말이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캐기도 예가 훨씬 수월했다.

편하게 주저앉아서 그저 보물이 가는 데로 따라가며 땅을 파면 되었다.

물론 내가 파는 것이 아니니 덜 힘들었다.

다만 땅을 파는 남편의 이마엔 구슬땀이 주루륵 ~~

거친 숨도 모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나보다.

그래도 보물을 캐 올렸을 때의 기쁨이 이런 힘듦을 사그러 들게 하는 것 같았다.

캐 올리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흙을 씻어 내는 일이 문제였다.

온 식구가 동원되었다.

큰아이와 둘째아이와 나는 솔로 문질러 가며 씻고

막내는 사진을 찍고

남편은 작두로 썰고

분업이 착착 잘 이루어졌다.

이렇게 썰은 보물은 우리집 발효효소로 쓰일 재료 ‘칡뿌리’였다.

요렇게 무게를 재어서 커다란 항아리에 넣고 발효시켜서 맛난 효소액을 만들 것이다.

칡효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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