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밖에는 봄바람이 세차게 분다.
날은 화창하고 따뜻한데 바람이 너무 거세다. 겨울처럼 칼 바람은 아니지만 무섭게도 분다.
아이의 자전거며 장난감이 밖에 있는데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뒹군다.
정말 대단한 바람이다.
아침나절을 어영부영 보내고 나니 좀이 쑤신다.
이 세찬 봄바람이 내게도 들어 왔나보다.
남편에게 막내가 자고 있으니 주변 야산에 가서 나물을 좀 뜯어오자고 하며 길을 나섰다.
남편 손에는 낫을 내 손에는 과도와 비닐 봉투!
모자를 각기 눌러 쓰고 손에는 목장갑을 하나씩 낀 모습이 그럴 듯!
조금 산을 오르는데 힘에 부친다. 숨도 차고.
'괜히 가자고 했나? 에효.... 힘들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역시 운동부족인가? 시골에 와서 넘 운동을 안했나보군. ㅉㅉ 헌데 저사람 왜 저리 혼자만 가는거야? 치~이. 같이 좀 가지.'
혼자 중얼거리며 따라가고 있는데 남편이 두릅을 발견했단다.
조금 전까지 투덜거리던 난 어디로 가고 신이 나서 "어머어머" 이 소리만 연신 내뱉는다.
헌데 남편이 벌써 다 채취해 간 듯 싶단다. "에긍.."
게다가 일부러 심은 것 같다고. "으응??? " 요건 또 뭔소리??
해서 많이는 못따고 쬐끔 맛뵈기만 하려고 조금 따왔다.
아마도 주인이 이글을 보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두릅은 포기하고 가니 취나물이 눈에 띈다.
이 신참에게도 말이다.
하여 남편에게 물으니 취가 맡다며 냄새를 맡아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단다.
냄새를 맡으니 언젠가 먹어본 그 향기가 난다. 취나물이 맞는가 보다.
( 너무 원시적인가요? ㅋㅋㅋ)
그럼 두릅은 포기하고 취나물이나 뜯을까?
막상 뜯고 보니 한줌 정도 밖에 안된다.
채취할 종류를 바꾸니 눈에도 띄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것만 눈에 많이 보이고.
(나중에 알고보니 고것도 먹는 것이란다. 내가 뜯은 것은 곰취고, 못먹는다고 안뜯은 것은 미역취로 곰취보다 맛은 덜하지만 먹는 것이란다.)
나물이고 뭐고 이젠 힘이 든다. 채취도 안되니 더더욱 재미도 없다.
해서 숲속 풀섶에 남편과 앉았다.
바람이 불지만 숲밖과는 천지차이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으로 잠시 흘린 땀을 식혀주는데는 아주 그만이다.
이 바람을 맞으며 얘길 나누기에는 더더욱 좋다.
하여집을 어디다 어떻게 지을 것인가, 아이들 학교 등등에 대해 이야길 나누는데....
" 어? 이거 달래 아냐? "
남편이 보더니 달래가 맞단다.
얘기요? 바로 중단 되었죠. ^^
바로 달래 사냥에 나섰습니다.
요거이 저와 남편이 사냥한 달래랍니다.
고 옆에 것이 뭔지 아세요?
벌집이랍니다.
달래 사냥하다가 떨어져 있는 것을 아그들과 뽈로그님들 보여 주려고 가져 왔답니다.
달래사냥을 잠시하기로 했답니다.
넘 많으면 지겨우니 적당히 먹을 만치만.
또 먹고 싶으면 뒷산으로 뛰어가기로 하고....^^
헌데 또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아니라 남편에게요.
갑자기 비닐을 달랩니다.
요거이 순을 따서 나물을 해먹는 것이라고.
도저히 믿지 못하겠습니다.
남편은 시어머니께서 해 줘서 먹었다고 하며 맛있다고 하는데 여~엉.
울며겨자먹기로 그냥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시골서 자랐는데...하며
제가 여~엉 안믿는 것을 눈치챈 남편 왈 봄에 새로난 싹은 다 먹어도 된다나요? 심지언 풀도 말이죠.
해서 봄이되면 소가 환장을 하고 먹는다나??
헉!! 난 소가 아닌데......
요거이 남편이 뜯은 나물이랍니다.
소복히 모아두니 사과향기가 나요?
사과 나무는 아닌데 말이죠.
넘 궁금해서 내려오는 길에 마을 할머니께 여쭈니 순을 먹는다고 하더군요.
하여 맘 한구석이 놓이더군요. 혹시나 했는데....
이름이 뭐냐구 여쭈니 혼(?)잎이라고 하셔서 외우고 왔는데 어디 물으니 '회잎나무'라고 하네요.
갑자기 밥상이 봄향기로 가득 찼습니다.
취나물,회잎나물, 두릅, 달래된장찌게!
커다란 그릇에 밥을 넣고 나물들을 넣고 고추장을 넣어 쓰윽 쓰윽 비벼서 달래 된장찌게를 떠 먹으니 그 맛을 어찌 보여드릴 수 있으려나!
막내 대한이 맵지도 않은지 제 숟갈을 합세하여 입에 한숟갈씩 넣어서는 맛있다고 먹어댑니다.
저희 집 상이 푸른 색으로 도배를 했어도 부러울 것이 없는 상이 되어버렸네요.
'오미골에서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휴! 힘들다....2005.04.24 (10) | 2005.05.03 |
---|---|
역시 물이 최고야! (2) | 2005.04.29 |
뽕! 오미골과의 인연. (6) | 2005.04.14 |
오미골로.... (0) | 2005.04.14 |
실인가? 어! 움직이네???? (0) | 2005.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