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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야~! 봄이다!

by 시나브로84 2005. 3. 17.

1일과 6일이 주천 장날이라서아침부터 서둘렀다.

옆에 사시는 할머니께 뭐 필요한 것이 없는가 하고 여쭈고

이번엔누룩을 꼭 사서 막걸리를 담아야지하는 맘으로집을 나섰다.

역시 따스한 봄인가보다.

입구엔 '3월 19일부터 20일 까지 섶다리 축제'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장에는 과일나무며 꽃들 딸기까지 눈에 띄고, 무엇보다도 겨우내 횡하던 장터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된다. 게다가 흥겨운 노랫소리가 분위기를 한층 더 돋구고.

할머니께서 부탁하신 새우젖을 사고 누룩을 파시는 할머니께 갔다.

물건들을 좌판에 얹어 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계신 할머니!

구부정한 허리, 주름진 얼굴과 거칠어 보이는 손, 스웨터에 몸빼바지!

볼이 붉은색을 띄는 것이 겨우내 추위와 싸운 흔적이 역력하다.

마치 할머니 삶의 흔적을 엿보는 듯하였다.

하지만 이내 이것만이 전부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름지고 추위에 얼굴이 붉게 변한 그 모습에서 순박함과 온화함이 베여나왔다.

삶이 고되고 힘드셨을텐데 어디서 그런 여유가 나오는 것일까?

주천장을 나오면서 남편과 한참을 얘기했다. 누룩을 파시던 할머니에 대해서.

집에 도착하니동네분들이 집앞에모여 계신다. 햇살이 너무도 따뜻해서인가보다.

혹시 냉이가 나오지 않았냐고 여쭈니 며칠 전 안면을 튼 아주머니께서 저쪽 밭에 가면

냉이가 있다고 함께 가겠냐고물으신다.

그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그러겠다고답하고 갈 채비를 하니

모여있던 분들도 함께 가시겠다고 호미들고 바가지 들고 나섰다.

이에 뒤질새라 막내 대한이도 제모래놀이용 삽 두개와 비닐을 하나 들고 나섰다.

겨울을 지내고 나온 냉이라 잎 끄트머리는 조금씩 말라있고

푸르다기 보단 자주 빛에 가까운 잎새들 사이로이제 겨우 나오는 자그마한 푸른 잎

하지만그 뿌리만은 대단했다. 그 뿌리에서 나는 향이 군침을 절로 돋게 했으니.

따뜻한 햇살과 냉이와 아주머니들의 너스레!

야~ 봄이다!



제가 캐온 냉이랍니다. ㅎㅎㅎㅎ

벌써 된장찌개로 쏘~옥 들어갔지요.

냉이된장찌개요?

정말로 맛이 구수하고 향긋한 것이 봄을 먹은 듯 했지요. 정말 맛나게 먹었슴다.

옆에 계심 뽈로그님들께 드렸을텐데....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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