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봄을 재촉하는 듯한 비가 부슬부슬내리더니만 어느새 눈으로 바뀌었었죠.
그 눈은 함박눈으로 밤새 내렸나 봅니다.
이른 아침 남편은 눈을 치우느라 부산을 떨고 이내 들어와서는 아이들과 저를 흔듭니다.
그 차가운 기운에, 남편의 목소리에 잠에 취했던 모두는 눈을 떴지요. 매일 늦잠을 자던 대한이도.
설마하던 아이들도 밖에 가더니 " 와~! 정말 눈이다! 엄청 왔네." 하며 함성을 지릅니다.
하지만 개학을 한 뒤여서 아쉬워 하더군요.
지난번처럼 눈사람을 만들지 못하고 학교에 가야하는 것에....
한술 더 뜨는 것은 우리 남편이었죠.
눈이 넘 와서 학교 버스가 안올지 모른다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렸을지 모른다고...
한참을 너스레 떨고 있는데 학교버스가 아이들을 태우려고 오더군요.
이로써 그날의 해프닝은 끄~~~읕.
요즈음 부엌으로 가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아침햇살이 소복히 쌓인 눈밭을 내리쬐니 부엌 창으로 들어오는 눈부심에 눈을 뜰 수가 없고, 저녁엔 달빛을 받아 눈을 부시게 하고...
하얀 눈이 이런 따뜻함과 포근함을 주는 것은 처음인듯 싶습니다.
이런 맘을 갖고 있으려니 운학골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겨울 모습은 삭막하기만 하잖아요. 헌데 눈이 주는 모습에 감탄하던 저는 궁금하였죠.
게다가 이번 눈으로 며칠간운학골에 가지 못해 더욱 궁금했죠.
오늘은 날도 따뜻하고 길 위의 눈도 녹길래 운학골로 갔습니다.
그 곳은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송계보다 더 절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비록 눈이 많이와서 4륜구동 차가 아닌 우리 차로는 오르지 못해 약간은 걸어야 했지만.
아무도(?) 걷지 않은 길에 산짐승들이 왔다간 흔적만 자그마하게 또각또각 놓여 있고. 소복히 쌓인 눈은 햇살에 비쳐 눈이 부십니다.
앞산 양지 바른 곳 나무에 내린 눈은 햇살에 녹아 없어지고 나무밑으로 내려진 눈만이 산을 하얗게 만들고,음지엔 나무가지마다 눈꽃을 만들어서 이를 보는 제 눈은 즐겁기만 했습니다.
이를 함께 보던 남편과 난 "와~ ! "만 할뿐 더 긴말이 필요 없었답니다.
그저 온세상이 눈으로 덮여 버린 듯한 운학골!
이 모습에 이곳으로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사람의 발걸음이 없는 길을 걸으며 대한이가 " 엄마! 눈사람 만들자." 하더군요.
" 이젠 푸석푸석해서 안될거야." 하며 전 눈을 뭉쳐 보았죠.
생각과는 달리 눈에 물기가 촉촉히 있는 것이 잘도 뭉쳐집니다.
근데 눈을 뭉치는 손이 시립지가 않습니다.
겨울에 눈을 뭉칠 땐 손이 시려웠는데...
게다가 눈도 잘 뭉쳐지는 것이 겨울과 같지 않은 것 같고...
'어디어디 숨었나?' 했더니만 봄이 이렇게 만들었나 봅니다.
하얀 눈 속에도 봄이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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