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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도깨비 날

by 시나브로84 2009. 3. 26.

아침에 눈을 뜨니 밖이 훤하다.

아~~!

날씨가 꽤 추운가?

하얗게 서리가 내렸네!

하며 오늘도 먼저 일어나서 하는 일인즉 현관문을 열어 깨비가 볼일을 보게 한다.

그냥 무심코 열었는데 하얀 것이 바닥에 쫘~~~악!

역시 날이 꽤 추운가보군.

저렇게 하얗게 서리가 내렸으니...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데 작은 아이가 "엄마 눈왔어요?" 한다.

하여 "아니, 서리야. 서리가 하얗게 내렸네. 오늘 추우니 옷 단단히 입고 가야겠다."하며할일을 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눈이네요 엄마. 그리고 지금도 오는데요?"한다.

설마....

매년 삼월하고도 말쯤에 오긴 했지만 이렇게 또....?

마치 한겨울 인 것 마냥 펑펑 내린다.

막내는 농 속으로 들어간 장갑을 찾는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눈싸움 할거라고.

아서라! 이 눈은 봄 눈이라 곧 녹을 텐데.

하며 말렸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난 후 본격적으로 펑펑 내린다.

이렇게...

이렇게...
아~~!

저 집!

어느날....

아침에 나가서는 점심때가 지나서도 들어오지 않는 남편!

도대체 뭘 하는거야?

뚝딱뚝딱...

올해로 집을 도대체 몇 채를 짓는지 모르겠다며 자그마한 집을 짓고 있다.

자투리 나무를 이용해서 깨비집을 만든단다.

깨비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아이들 왈 “ 우리한테는 뭐라 하시면서 깨비한테는 깨비야~~ 하는 말이 부드러워. 깨비 없었으면 아빤 어쩌셨을까 몰라?“한다.

너도나도 눈뜨면 깨비야~~

나갈 때도 깨비야~~

깨비야~, 깨비야~

요즘 우리 집 사람들 입에는 주로 깨비야~~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또 하나의 새식구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앗!

남편이 망치로 손을 쪘다.

어쩌나.....

얼마나 아플까?

귀여워하는 강아지 그것도 모르고 남편 주변을 맴돌고 일을 방해한다.

제법 입에 물고 이리저리 가져간다.

깡통도 물어다가 저리 갖다놓고,

나무도 갖다놓고,

공도..

에고...

저 쬐만한 강아지 땜에 내 일만 늘어나는 것 아냐?


저것이 깨비의 집이 될 거다.

좀 크면 집안에서 밖으로 나와야겠지.

기특한 것은 대소변을 가린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집을 거쳤던 개들은 이를 못가려서 집에다 둘 수가 없었건만 요녀석은 온 날부터 가린다.

정말 희한하고 기특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아직 상자 집에도 들어가기 어려운지 이렇게

이러니 아니 귀여워할 수 있겠는가?

'잘 자라라라. 깨비야...

이제 네 집도 생길거란다.

조것이 네 집이 될거야.

날이 더 따뜻해지면나무 더 구해다가 완성시켜서 어엿한 네 집 만들어 줄게.

한자리를 잡은 깨비의 집에도 눈이 소복히 쌓이고.

이 눈이 엊그제 옮겨 심은 소나무가 행여 다치지 않을까 걱정도 하고,

내일은 나머지 소나무들도 옮겨야 하는데 도깨비 같은 날씨 덕분에 가능치 못할 것 같은 생각이...

헌데 날씨가 도깨비같으니 혹시 알아?

잠시후 화창해져서 땅이 꼬들꼬들 해질지?

그러는 사이 눈이 그치고 날이 갑자기 화창해졌네?

엥?

정말 도깨비네?

해님이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도로 흐려지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고 보니 오늘은 깨비를 무척 많이 찾는 날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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