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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겁을 상실한 멧돼지

by 시나브로84 2008. 8. 28.

나른한 오후!

신참내기 농부의 한가로운 시간을 맞이 하며 무엇으로 군것질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남편 왈 옥수수를 쪄 먹잰다.

한여름에 먹으려고 심었던 신참내 옥수수!

남들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심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 다 딸 때 신참내 옥수수는 아직 덜 여물어서

일명 전문 농부님내 옥수수를 사다 먹어야 할 형편!

게다가 순차적으로 따 먹겠다는 야무진 생각으로 시기를 두어서 심기 까지 했건만.

여하튼 그런 옥수수를 이젠 아이들도 쳐다 보질 않는다.

그 이윤 즉 초반에 사먹은 옥수수의 양이 많았던 것이지~~~~잉.

이리하여 신참내 옥수수는 다 말려야 할 형편이었지만 그래도 반기는 분이 있었으니...

바로 바로 우리 시어머니!

경상도에 계신 울 시어머니,

강원도 옥수수- 사실 충청도에서 심은 것인데- 가 맛있단다 하시며 좋아하셨다.

하여 더 많이가져다 드릴 걸 하는 생각이 들게 하셨다.

그런 옥수수를 쪄 먹자는 남편!

아그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으로 줄 요량으로 그러자 했다.

잠시후

..

...

....

.....

남편이 황급히 부르는 소리에 얼른 밖으로 나왔다.

무슨일이야? 도대체.

옥수수 가지러 간 사람이 왜 저리도 부르는게야?

벌이라도?

벌이 아니라 멧돼지란다.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와 고구마를 캐 먹었단다.

오잉?

아직 맛도 안 본 고구마를?

이럴 수가.......

멧돼지가 파 헤친 고구마!

다 먹고 가지도 못하면서....

저렇게 네군데나 파헤쳤다.

다 파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또 올지 몰라.

주~~~겄어! 멧돼지!

완전히 겁을 상실 했구먼?

옥수수 대에 가려서 그렇지 집앞에 있는 밭인데 감히!

멧돼지 구이를 해 먹을까보다.

아무래도 겁을 상실한 것을 보니 새끼인 모양이다.

ㅎㅎㅎㅎㅎ

덕분에 올 첫 고구마맛을 보게 되었군.

우리 아그들 간식거리가 하나 더 늘었네? ㅋㅋㅋ


오홋!

잎도 싹뚝!

줄기 세개 이상 따면 고구마가 맛이 없다고 해서 따먹지도 않았는데.

이 참에 고구마순 김치나 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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