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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웅덩이를 파는거야? 고구마를 캐는거야?

by 시나브로84 2007. 10. 24.

서리가 내리기 전에 캐야 고구마를 저장할 수 있다해서 서둘렀다.

올해는 유난히도 비도 잦은 때라 그 날을 요리조리 피해서.

해가 반짝 나서 캐 놓은 고구마를 둘러싼 흙을 잘 마르게 해서 보관하기 용이하게 하려고 길일(?)을 택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조금밖에 심질 못했다.

올초 친정엄마가 고구마싹을 왜사서 하냐고 성화셨다

고구마를심어서 싹을 틔워서 그걸 심으면 되는데....

하도 말씀하시기에 알았다하고 내심 '올해는싹을 사지말고한번 그래볼까나?' 했다.

허나 그것이 만만치 않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에효....

요 신참에게 쉽게 보였으니 오죽하랴!!

게다가 남편도 신참이면서 꼭 내겐 고참 흉내를 내더니만.

흥! 고소하구만! ㅋㅋ

고구마를 심어준 것이 다름아닌 남편이었으니깐.

심은 고구마에서 싹을 기다리다가 올 고구마는 못 먹을 성 싶어서 부리나케 한단을 사서는 결국 심고 말았다.

땅은 심은 고구마에서 싹을 떼어 심겠다고 많이도 만들었건만....

그래도 그 고구마가 자라서 수확의 때가 왔으니...

흐흐흐흐...

역쉬!

수확하는 기쁨을 무엇에 비할까나???? 호호호호호...

그래도 이 수확의 기쁨을 아그들과 함께 해야겠지?

헌데 큰 두아이는 학교에서 그릅사운드한다고 안오네?

끝날 시각에도 오지않고?

엄마의 속셈을 눈치 챘나보다.

즈그들 노동력을 이용한다는 것을....

오기만 혀라. 올해 고구마 안캐서 안준다해야지!

할 수 없이 막내와 남편 셋이서만 밭으로 나섰다.

제일 신이나서 앞장 서는 것은 귀여눈 막내! 대한이!

고구마 안캔 누나들은 없다고 하니 제가 다 캘거란다.

그러면서 누나들은 주지말자고 속삭이기까지....

호미들고 장화신고 밭에 앉으니 엉덩이가 싸하게 시원하다.

엉덩이 깔고 앉는 의자를 가져오니 대한이도 자기도 달라고 성화다.

에효! 더 성가셔.....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고구마 캐기 시작!


남편이 고구마순을 걷고 난 비닐을 걷으면 막내는 호미들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이렇게 분업이 착착 잘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과 나의 실랑이, 아빠와 아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살살 흙을 파라고, 고구마 줄기옆을 파서 고구마에 상처를 입히지 말라고, 부러뜨리지 말고 잘 꺼내라고 등등...

허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멋대로 캐는 막내녀석!

대체 도우러 나온거야? 염장을 지르러 나온거야???

그래도 어린 막내 때문에 나와 남편의 얼굴엔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ㅎㅎㅎ

이제 나도 호미들고 나섰다.

헌데 땅을 파고 파도 고구마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잘 못한다고 막내만 구박했는데 이거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네?

중간중간에 끊어버리고 캐는 아들녀석이 이해가 간다.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래도 고구마가 나올 생각을 않는다.

올 봄부터 연못을 만들고 싶다고 노래를 했더니만 고구마 캐면서연못 만들 웅덩이르 파게생겼군.헉!


이리도 파고 파도 나오지 않는 고구마!

이런 고구마였으니 막내녀석이 사라져 버렸다.

누나들 안주고 저만 먹겠다던 막내가 힘에 부쳤는지, 아님 하도 일을 저질러댄 턱에집으로 보내버렸는지....

막내녀석 보내고 나니 일이 힘에 부치고 심심해진다.후~~~

고구마를 캐는 것인지 돌을 골라내는 것인지 땅을 파러 나온 것인지 여러모로 분간이 가지않는 가을 걷이였다.

하지만 모두 캐고 나서 보니 올 겨우내 군것질거리는 확실히 확보한 것 같다.ㅎㅎ

게다가 우리네 고구마 수확을 보고 가신 몇 어르신들 계시니 올해도 대한네 고구마 농사 잘 지었다고 소문 나겠군.

신참 농사꾼!

정말 고구마 농사는 잘 지은단 말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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