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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옆집할머니

by 시나브로84 2005. 6. 17.

맘이 참으로 무겁다.

사실 긴가민가 하는 맘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할머니가 안계시단 걸 느낀다.

마지막 가시는 길.

아들 딸,며느리와 사위,손녀 손주들이 가시는 길에 뿌리는 눈물...

할머니 집앞은 눈물바다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할머니 집에서 보이는 저 곳!

할아버지와 함께 누워 계시겠지. 이 곳을 바라보며....

화요일!

할머니께 무농약 열무를 갖다 드리며 물김치 하자고 했더니 좋아하셨다.

서로 열무를 다듬으며 얘길 나누었다.

할머니: 대한엄마! 나 어제 상추 먹고 체했었나봐. 밤에아주 고생했지.

해서 오늘 저집 아저씨가 와서 바늘로 따 줬어.

나 : 지금은 괜찮으세요?

할머니: 그럼. 이제 다 나았어.

하며 물김치에 들어갈 재료를 서로 얘기했다.

파를 집어 넣으니 안좋더라, 청홍고추를 썰어 넣어야겠다 등등.

잠시 후 장사가 오고 할머닌 사이다를 사며 다른 분께 물으신다.

체해서 가슴이 답답할 땐 사이다 먹어도 괜찮지유 하자 그렇단 대답을 들으시곤 사이다 한병도 사고.

김치 담그신다고 들어가시고 난 일이 있어서 집을 비우고....

그날 저녁 집에 와서 저녁 준비를 하는데할머니께서 새우젖 있냐고 하시며 들어 오신다.

할머니: 대한엄마! 새우젖 있어?

물김치엔 넣지 말고 그냥 열무김치 하는데는 이걸 넣어.

지난 장날에 사다 준거 아직 그대로 있어.

나 : 왜 이리 많이 주세요. 뒀다가 할머니 김치 담그실 때 넣어요.

어? 할머니? 손이 왜이래요?

손가락마디마다 피가 있네? 무슨일이예요?

할머니: 아까 낮에 내가 땄어. 또 체한 것 같더라구.

내가 동여 매고 승주 보고 따라하니 무섭다고 못하대? 그래서 그냥 내가 땄지 뭐.

나 : 그럼 병원 가셔야지요? 갔다오셨어요? 지금은 어때요? 괜찮아요?

할머니: 으응. 약도 먹고 병원도 갔다 왔어. 조금전엔 누가 흰죽을 써 줘서 그것도 먹었는데?

큰아들도 왔다 갔어. 어떻게 알고 왔는지 왔대?

나 : 병원 갔다 오시고 지금은 괜찮다하니 다행이네.

뒤돌아 가시는 할머니 돌아보며

" 대한엄마, 나 물김치 담았는데 먹어 볼래? " 하시기에

" 저 생김치 안좋아하잖아요. 익으면 먹어 보지요."했는데.

이것이 할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라니....

그날 밤 갑자기 아프셔서 응급실로 가셨는데 그만....

병명이 '심근경색' 이란다.

체하신 줄만 알고 병원도 가지 않았다고....

게다가 그날 덩쿨콩이 자라도록 끈으로 죄다 엮어서 타고 올라가게 만드셨다.

올 봄 유난히도 밭일을 부쩍하셨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식사도 제대로 않고.아니 밥맛이 없으시겠지 그리 힘들게 일을 하셨는데.

밭에 풀한포기도 없다.

성격이 워낙 깔끔하신 분이라....

그~ 뙤약볕에서 호미질을 하고 계신다.

물으면 지금해야 풀이 잘 죽는다면서.....

넘 힘들게 하시면 딸한테 일러준다하면 웃으시며 날 툭 치신다.

그러면서 나보곤 농사일 배우지 말라신다.배우고 나면 안할 수 없게된다고.

남편에게도 혼자하지 대한 엄마 데리고 가서 일시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신다.

어디선가 배시시 웃으시며 '대한엄마!'하고 부르시는 것만 같다.

이밭에서도, 저 밭에서도 모자하나 꾸욱 눌러 쓰시고 호미하나 들고 나타나실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저곳에서 이곳을 바라보시겠지?

가슴답답하여 눈시울을 적셔보지만 그 분 가족만 할까?

그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라곤 좋은 곳으로 가시길 간절히 기도 드리는 것 뿐.

할머니 극락왕생하세요.

왕생극락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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