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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드디어 올 것이.....

by 시나브로84 2005. 6. 12.

셋방살이라 더운물 틀어 달란 얘기도 못하고 풀을 매고 흘린 땀을 핑계삼아 찬물에 샤워를 했더니만...

콧물 찌~익!

눈물 핑~글!

그저 빨리 집이 완성 되기만을 바랄 뿐.

비 온 뒤라도 콩을 옮겨 심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몸을 이끌고 밭으로 갔다.

때 늦은 서리태라 그냥 포트에서 길렀다.

많이 열린다고 해서 또 새가 다 쪼아 먹는 것이 얄밉기도 해서.

비 올때 모종해야 잘 산다던데 그제는 차마 옮기지 못했다.

어제 밭에 가니 콩 모종하려고 호미로 손에 물집 잡혀가며 풀과 씨름을 했는데

그리고 감기까지 얻었는데 그만 비로 허사가 되어 버렸다.

이번 비로 풀들이 다 살아버렸으니....

으~휴~우! 얄미운 풀들!!!

그래도 콩은 옮겨 심어야 하니 풀을 살살 걷어내고 모종을 끝냈다.

갈 때 남편이 "한번에 다 할생각 하지말어. 쉬엄쉬엄 하지 않으면 더 고생한다." 했고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막상 밭을 보고 콩을 보니 쉬엄쉬엄이 안된다.

아~! 정말 나 농부 맞나봐. ㅋㅋㅋ

모종을 하고 나서 남편이 집을 짓는 것을 좀 보고 가야겠단다.

아무래도 주인이 있는 것이 좀 다르지 않겠냐고.

해서 난 무얼 할까하며 밭을 이리저리 보니 역시 풀이 눈에 띈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무리인 것 같아 자제를 하고....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는데 잘 돌려지지 않는다.

내 발길이 다시 밭으로 가고 있다.

'어? 이러면 안되는데?'

그래 열무나 솎아서 주변 분들께 드려야겠다.

열무를 뽑자 속에 숨어 있던 청개구리가 폴짝 튀어 오른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가보다. 후훗.

..........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내 손과 옷은흙투성이

다시 머리 지~끈!

눈물찔~끔!

콧물 주르륵!

입은 콜록콜록!

목은 걸~걸!

몸은 마디마디 욱씬욱씬!

그래 드디어 올 것이 온거야.

에고고....

아프단 소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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