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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골에서의 삶

봄이다!! 봄이야!

by 시나브로84 2008. 4. 26.

작은 텃밭이지만 그래도 갖가지 심으려고 모종을 부었는데 쉽싸리 잘 자라지 않고 있다.
씨앗이 묶은 것이라서 그런가????
여름에 쌈밥 해먹을 요량으로 요것조것 심었건만 ....
눈에 띄는 것은 청치커리와 적치커리와 깻잎, 배추,
묶은 파씨는 싹을 틔우지 못한다고 옆집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걱정했는데 열심히 싹을 틔우고 있고...
헌데 그 외에 심은 곰취와 쑥갓, 케일은 영 깜깜 무소식이 되어버렸고.
천연염색을 배우면서 나도 니람을 만들어 보겠다고 쪽을 심었더니 고것은 이쁘게도 올라와 있어 맘을 놓게 하는데....

그래도 이것저것 심을 거라고 밭도 갈고 고랑도 만들어 놓고 비닐만 씌우고 씨만 심으면 오케이!!!
비가 아침부터 내리기에 감자 심는 것도 뒤로 제쳐 두었더니 동네분이 두릅따러 가잔다.
전날 집에 세네그루 심어둔 두릅순을 다서 데쳐 먹는데 둘째아이가 눈치도 없이 넝큼넝큼 먹더란 얘길 했더니만
산두릅을 따러 가자고....
헌데 산나물 뜯는 사람들이 거의 다 따갔다는데 있겠냐 했더니만 먹을 것은 딸 수 있으니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산에 오르면 모자도 쓰고, 물도 챙기고, 간단한 군것질거리도 챙기고 해서 오르는 것인데
남편의 서두름에 놓치기도 했고
가까운 산행일 것이니 물이며 군것질 거린 필요없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마을에서 산책 등산로를 만들었다기에 가벼운 맘으로 산을 오르는데 역시나 산 아래에 있는 두릅은 따가고 없고
누군가 따가고 없는 두릅이지만 작아서 못따간 두릅은 우리가 오르니 마침 알맞게 커 있어 서로 나누어 먹기가 이뤄지고 있었다.
두집이서 산을 올랐으니 한번 먹을 만치는 따와야겠지?
하지만 두릅이 쉽게 보이질 않고 내 눈에 띄는 것이라곤 혼잎 나물과 참취!
난 두릅보단 산나물이나 해 먹을 요량으로 조금씩 따기 시작했다.
게다가 야생 오가피도 보이니 새순도 따 넣고....



나의 관심은 오로지 야생화와 산나물에 가있고 두릅은 저 만치 가버렸는데 자꾸 빨리 안온다는 남편의 부름이 잦아지고 있고
앞으로 앞으로만 가는 남편과 동네분이 야속하기만 하다.
점점 어딘지도 모를 산으로 들어가고 내겐 두릅은 안보이고 오로지 보이는 것은 진달래와 벗꽃이 만발하게 핀 모습 속에 그저 감탄만 하고...
땅에서 예쁜 노랑 제비꽃과 흰제비꽃 보라빛 제비꽃들이 만발하게 피어있고.
숲으로 더 들어가니 족두리꽃이 앙징맞게도 피어 있더니 그 옆엔 처녀치마도 보인다.
아~~~ 정말 깊이도 들어 왔나보군.
대체 내가 있는 이곳은 어디쯤 될까??

남편이 하는 소릴 들어보니 조금 더 따서 시댁과 친정에 조금씩 보내야겠다네?
작년처럼 많이는 아니지만 우린 한번 먹을 것만 남기고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한테 보내잔다.
참 갸륵한 정성이긴 하고만 도대체 어디까정 가려고???
나 돌아갈래~~~!!! 소리가 절로 나오는구먼 두 어머니 드린다는 소리에 그 말은 쏘옥 들어가고 쫄래쫄래 따라 갔다.
이젠 먼저 가라고 해도 가지도 못하겠다.
예가 어디가 어딘지 알아야 갈 것이 아닌가벼? ㅠㅠ

우와~~~
내눈에 화~~악! 하고 들어오는 것이 있으니 연산홍이었다.
진하지도 않으면서 은은한 것이 자태를 뽐 내는데 눈을 그지없이 즐겁게만 한다.
내 느그들이 있어 산을 찾는구먼!
힘들어도 군소릴 못하는 것이 다 느그들 때문이구먼!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연산홍을 뒤로 하고 두분은 자꾸 앞으로 가잔다.
난 예서 저기로 쭉 나가면 안될까요?
왜 자꾸 가자고....

으악!
두릅은 많건만 가시덤불이 많다.
찔레꽃과 복분자가 길을 막고 모자도 안쓴 내 얼굴을 할퀴는 점점 속상하다.
언제나 이 곳을 벗어나려나....
그런데...
내 눈이 화~악 뜨인다.
완전히 고비 밭을 발견했다.
이젠 부를 힘도 없다는 남편!
제발 빨리 좀 따라오라고 길을 놓치면 오기 힘드니....
아무리 그래도 손은 고비에 가 있고 눈은 고비를 쫓는다. 고비 고것도 참고비라는데.....

몸도 지칠대로 지치고 목도 마르고 양손에 쥐어진 것이 무겁게 느껴지니 사방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두릅도 야생화도 나물도....
그저 어딘가에 쉬고 싶은데 갈길이 먼가 쉴 생각을 않으니 그저 쫓아갈 밖에.
어디선가 사람소리가 나는 소리가?
산을 내려온 것인가 보다.
하지만 여전히 길은 없는데....

시간이 바야흐로 여섯시가 넘어도 화안한 것을 보니 그 추운 겨울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역시 봄이다!! 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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